Introduction
키메라증(Chimerism)은 서로 다른 유전형을 가진 둘 이상의 개체에서 유래된 세포들이 섞여 있는 상태를 일컫는 용어로, 인간에서 키메라증이 관찰되는 경우는 수혈, 장기이식 등의 이유로 타인의 세포가 섞여서 관찰되는 후천적 키메라증이 대부분이다[1]. 아주 드물게 선천성 키메라증이 있을 수 있는데, 전신의 세포가 모두 섞인 형태로 나타나는 전신키메라증(whole body chimerism)과 혈액만이 섞인 형태로 보이는 혈액한정키메라증(confined blood chimerism)이 있다. 전신키메라증은 두개의 배아가 결합되어 하나의 개체로 형성된 키메라증과 두개의 정자 혹은 하나의 정자가 단위생식활성(parthenogenetically activated) 난자와 수정된 경우, 혹은 두개의 정자가 난자 및 극체(polar body)와 수정되어 생기는 키메라증이 알려져 있다[2]. 선천성 혈액 한정키메라증은 이란성 쌍둥이(dizygotic twin)에서 태아-태아혈액 사이의 교환으로 인해 생기는 쌍둥이 혈액한정 키메라증이 대표적이며, 혈액형이나 유전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쌍둥이간 수혈증후군(Twin-twin transfusion syndrome)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최근 단일융모막 두양막(monochorionic diamniotic) 쌍둥이 신생아 검사 중 우연히 혈액한정 키메라증이 의심된 증례를 발견하고, 환아의 출생력과 추가 염색체 검사 및 짧은 연쇄반복(short tandem repeats, STR)검사,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chromosome microarray) 검사를 통해 매우 드문 이란성 쌍둥이간 혈액교환에 의한 혈액한정 키메라증을 경험하여 이에 보고하고자 한다.
Case report
환아1은 체외인공수정으로 임신한 단일융모막 두양막 쌍둥이 중 여아로 34주 1일에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으며, 태어날 당시 체중 1,940 g(10-25 백분위수), 신장 42 cm(10-25 백분위수) 머리둘레 31 cm(50 백분위수)이었다. 산모는 37세로 임신 중 특별한 병력은 없었다. 환아1은 출생 후 호흡부전을 보였고, 외관상 정상 여자 생식기를 보이고 특별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아1의 쌍둥이 남매인 환아2는 남아로, 체중 1,850 g(3-10 백분위수), 신장 42.5 cm(10-25 백분위수) 머리둘레 30.5 cm(25-50 백분위수)이면서 정상 남자 생식기를 보이고 특별한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환아1은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을 배제하기 위해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와 염색체 검사가 의뢰되었다. 시행한 염색체 검사에서 46,XX[10]/46,XY[40]로 성염색체 구성이 다른 두개의 세포군이 섞인 형태로 관찰되었다.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에서 검출된 X 염색체는 2카피 미만, Y 염색체는 1카피 미만의 적은 양으로 관찰되었으며, 상염색체 전반적으로 단일뉴클레오티드다형태(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유전형이 다양한 비율로 섞인 형태로 관찰되었다(Fig. 1). 환아1의 검사결과에 따라 환아2에게도 염색체 검사와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였다. 환아2의 염색체 검사에서도 46,XX[15]/46,XY[35]로 역시 두 세포군이 섞인 현상이 보였고,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에서도 여아와 같은 X, Y 염색체 동시 검출 및 상염색체의 다양한 단일뉴클레오티드다형태 유전형 비율이 관찰되었다. 혈액한정 키메라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환아1과 환아2의 혈액, 구강상피세포 그리고 부모의 혈액에 대해 각각 짧은연쇄반복 검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구강상피세포에서는 두 환아 모두 부모로부터 유전된 2가지의 다형성마커(STR marker)만이 검출되었고, 혈액에서는 마커에 따라 다형성마커가 최소 2개에서 4개까지 검출되었다(Table 1). 따라서 환아들은 드문 형태의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이면서 혈액만 섞이게 된 혈액한정 키메라증임을 알 수 있었다. 환아들은 혈액섞임으로 인한 혈액형 불일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환아들의 혈액형검사를 실시하였고, 두 환아 모두 같은 A+를 가지고 있었고 검사상 불일치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성장하면서 혈액섞임이 없어진 씻김을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염색체검사를 권유하였고, 별다른 이상 없이 양호한 상태로 퇴원하였다.
Discussion
단일융모막 두양막 쌍둥이는 하나의 태반과 두개의 양막을 가진 형태로 대부분 일란성 쌍둥이이며 이란성 쌍둥이는 매우 드물어 우선적으로 일란성으로 여겨졌었다[3]. 단일융모막 두양막 쌍둥이는 태반을 공유하므로 태반내 혈관 문합(anastomosis)으로 인해 쌍둥이간 혈액 섞임이 발생하고, 나아가 쌍둥이간 수혈증후군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쌍둥이간 수혈증후군은 쌍둥이간에 동맥과 정맥의 문합이 이루어지면서 불균형적인 혈액의 치우침으로 태아 한쪽은 빈혈, 성장장애, 양수과소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 만명당 1-3명의 빈도로 관찰되고 단일융모막 두양막 쌍둥이의 8-1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본 환아들은 산전 정기검진에서 쌍둥이간 수혈증후군 증상을 보이지 않았었고, 출생 후에도 약한 호흡부전 이외에는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산전초음파상 두 환아의 성별이 다르게 진단되고 생후 외형도 각각 남자와 여자로 파악되었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형태학적 성별이 다른 경우 한쪽이 터너증후군으로 보고된 바 있어[5,6] 이를 배제하기 위해 염색체 검사 및 추가 검사를 진행하였고, 터너증후군은 배제되었으나 혈액내 XX/XY 키메라증과 함께 이란성 쌍둥이로 확진되었다.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이론적으로 각각 수정된 수정란이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착상되면서 융합되어 하나의 융모막을 가지게 된 경우와 두 개의 수정란이 착상 전에 이미 외부세포질량(outer cell mass)의 융합이 이루어진 상태로 착상된 경우로 발생기전이 설명되기도 한다[7].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는 체외수정 임신에서 몇몇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주목되기 시작하였는데[7], 지금까지 보고된 증례의 대부분이 체외인공수정인 경우이고 본 환아들도 체외인공수정으로 임신된 경우이다. 체외인공수정 시술 숫자가 증가하면서 늘었을 수도 있지만, 인공수정 자체가 세포의 융합, 부착 등에 영향을 주고 단일태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이 제기되기도 하였다[8].
단일융모막 두양막 형태의 이란성 쌍둥이는 쌍둥이간 수혈증후군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 혈액의 섞임증으로 인한 혈액형검사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고, 혈액을 이용한 유전검사 결과 해석에도 혼돈이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체외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단일융모이양막 이란성 쌍둥이에서 혈액형의 키메라증이 보고된 바 있는데[9], 출생시에는 검출을 못하였고, 생후 23개월에 혈액검사의 혼란을 보여 추가 검사를 통해 키메라증으로 진단된 경우였다. 또 다른 경우는 성이 다른 쌍둥이 중 여아의 혈액에서 관찰된 XY 세포군으로 생식선발생장애(gonadal dysgenesis)로 잘못 진단되어 치료한 경우가 보고되기도 하였다[10]. 혈액한정 키메라증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세포만 남겨두고 섞여진 외부 세포군은 점차 없어지기도 하나 성인이 되어서도 키메라증 형태로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11] 성인이 된 후 발견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출생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경우에서 혈액에 한정된 키메라증을 보이나 일부 연구에서는 혈액 외 다른 세포에도 키메라증이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보다 초기에 배아융합이 일어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12,13].
본 환아들은 같은 혈액형 A형으로 혈액형검사상 불일치 소견을 보이지 않아 진단을 못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목적으로 실시한 염색체 검사와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에서 키메라증이 의심되었고, 짧은연쇄반복 검사로 혈액에 한정된 키메라증임이 확진 된 경우이다. 염색체검사는 두 쌍둥이간 성별이 다르다면 바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성별이 같은 경우는 검출할 수 없는 단점이 있고,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는 단일뉴클레오티드다형태 유전형 결과로 섞임증을 유추할 수 있다(Table 1)[14]. 짧은연쇄반복 검사는 다양한 유전자좌(genetic locus)에서 유전형의 다형성을 이용해 세포 섞임증을 감별할 수 있는 검사로,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보다 쉽게 섞임증을 판단할 수 있다. 보통 한 유전자좌에서는 부모 각각에서 유전된 유전형으로 구성되는데 한가지 형(monozygous, 동형유전형) 또는 두가지 형(heterozygous, 이형유전형)의 유전형을 보이게 된다. 만일 한 유전자좌에서 3가지 이상의 유전형(tri-allelic, tetra-allelic)을 보인다면 세포섞임증을 의심할 수 있고, 특히 여러 유전자좌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될 경우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본 환아들은 말초혈액과 구강상피세포에 대해 총 15개의 상염색체 위 다형성부위에 대해 짧은연쇄반복 검사를 시행하였고, 말초혈액으로 검사한 5부위에서 3가지 유전형이, 1부위에서는 4가지의 유전형이 관찰되었다. 반면 구강상피세포에서는 모든 부위에 대해 2가지 유전형만이 관찰되었다. 모든 부위의 유전형 분포와 부모의 유전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환아1, 환아2는 이란성 쌍둥이이며 혈액에만 태반을 통해 상호 교환되어 키메라증이 검출되었던 것으로 해석되었다.
국내에서도 체외인공수정이 늘면서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의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본 기관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체외인공수정 사례에 대해서는 시술 전 이러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사전 상담과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일융모이양막 쌍둥이 신생아 초기 진료 시 이란성 쌍둥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액형검사와 유전검사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키메라증이 있는 경우 장기 추적관찰 및 키메라증으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설명이 환아와 보호자에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Summary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는 매우 드물며, 체외인공수정이 많아지고 유전검사가 가능해지면서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단일융모막 두양막 이란성 쌍둥이는 태반을 공유하여 혈관문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쌍둥이간 수혈증후군을 일으키거나 키메라증으로 인한 혈액형검사 및 다양한 유전검사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본 증례의 쌍둥이 환아들은 출생 후 실시한 염색체검사,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검사로 우연히 키메라증이 발견되었고 추가적 짧은연쇄반복 검사를 통해 혈액한정 키메라증을 확진할 수 있었다. 쌍둥이간 수혈증후군이나 혈액형검사의 불일치는 없었으나 성장 후에도 혈액한정 키메라증으로 인한 유전 검사결과 해석의 혼란이 있을 수 있어 보호자에 대한 상담과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